전체 글129 후보보다 ‘정당’을 먼저 고르는 심리학 정당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 많은 유권자들은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전에 이미 지지 정당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이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정당이라는 정치 조직이 일종의 브랜드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고 말할 때, 그 정당의 정책을 하나하나 분석한 결과이기보다는, ‘그 정당은 이런 느낌이다’라는 심상(impression)이 선택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정당 지지 성향이 마치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에 충성하는 행동과 유사한 심리적 경로를 따른다고 본다. 브랜드처럼 작동하는 정당의 이미지는 이름, 상징색, 슬로건, 대표 정치인의 이미지 등 복합적 요소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정당의 로고와 색상은 유권자의 시각.. 2025. 6. 2. ‘전략적 투표’는 정말 전략적인가?: 합리성 환상과 손실 회피 심리 전략적 투표란 무엇인가?: 유권자가 말하는 ‘합리적인 선택’의 허상 선거가 다가오면 많은 유권자들이 고민에 빠진다. ‘내가 진짜 원하는 후보를 찍을 것인가? 아니면 이길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할까?’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전략적 투표(strategic voting)다. 이는 내가 가장 선호하는 후보가 아니라,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 중 그나마 내가 덜 반대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즉, 본인의 이상보다 현실적인 결과를 고려해 표를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겉보기에 이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작동하는 심리 메커니즘을 뜯어보면, 이것은 전적으로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합리성의 환상(cognitive illusion of ratio.. 2025. 6. 1. 정치 성향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가족, 지역, 교육이 형성한 정치 정체성의 심리 정치 정체성은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된다: 가족이 심어주는 첫 정치 틀 우리가 어떤 정치 성향을 갖게 되는지는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사회화(socialization)란 개인이 사회의 규범, 가치, 행동 양식을 배우는 과정을 의미하며, 정치 사회화는 정치적인 생각, 태도, 믿음을 배우는 과정을 말한다. 특히 유년기에는 부모의 의견이 곧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 가족의 정치 성향은 초기 정치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많은 연구들은 부모의 정치적 성향이 자녀에게 높은 수준으로 전이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미국의 정치심리학자 제니퍼 제닝스(Jennifer Jennings)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간의 정치적 일치는.. 2025. 5. 29. 정치 토론을 ‘설득의 장’이 아닌 ‘승부의 장’으로 보는 심리 정치 토론을 '경쟁'으로 보는 심리: 설득보다 이기려는 구조 정치 토론의 본질은 ‘의견을 교환하고 설득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치 토론은 유권자들에게 일종의 ‘말싸움 경기’, 또는 ‘승부 쇼’처럼 인식된다. 왜일까? 이는 인간의 인지 구조가 정치라는 의사소통 상황을 ‘경쟁 프레임(competitive frame)’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프레이밍 이론을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전적으로 ‘프레임’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정치 토론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부터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이 있다는 인식 속에서 토론을 바라보면, 내용보다는 누가 더 공격을 잘했는지, 누가 더 실수했는지에 집중하게 된다. 언론도 이를 부추긴다. 토론 다음 날 뉴스 헤드라인은 거의 .. 2025. 5. 27. 정치 캠페인에 숨겨진 뇌과학과 심리전 정치 캠페인, 유권자의 도파민을 자극하라 정치 캠페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과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심리 설계’다. 그 중심에는 유권자의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있다. 도파민은 보상과 쾌감, 기대, 동기 부여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사람들이 선거 연설을 보고 감동하거나, 후보자의 메시지에 감격하며 SNS에 공유하는 행동은 도파민 작용의 전형적인 결과다. 정치 캠페인은 유권자에게 '희망'이나 '변화' 같은 보상 예고 자극을 던지고, 뇌는 그 기대감에 반응하며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때 유권자는 논리보다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뇌는 “이 후보를 선택하면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라는 기대만으로도 실제 보상을 받는 것과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정치인은 연설문, 광고, 포스터.. 2025. 5. 25. ‘분초사회’와 시간 가성비의 심리학 ‘시간 가성비’란 무엇인가?: 현대인은 어떻게 시간을 계산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가성비’라는 개념은 이제 단순히 가격 대비 성능을 넘어서, ‘시간 대비 가치’로 확장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그 가격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내 시간을 얼마나 절약해 주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예컨대 3분 만에 조리되는 냉동식품, 버튼 하나로 실행되는 자동화 앱, 단 15초짜리 요약 영상 등은 모두 시간 효율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은 ‘돈보다 시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그 결과 삶 전체가 초 단위로 조각나는 ‘분초사회(minute economy)’로 진입하고 있다. 시간 가성비는 단순히 빠른 것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느릴 여유가 사라졌다는 집단적 .. 2025. 5. 24. 이전 1 2 3 4 5 6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