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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심리학

이직은 ‘탈출’일까 ‘성장’일까?: 직업 이동을 결정짓는 심리 구조

by thatswrite 2025. 6. 22.

이직은 탈출인가? 조직 이탈 심리의 뿌리

 많은 사람들은 이직을 ‘새로운 시작’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지금의 직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 심리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조직 이탈 이론(Organizational Exit Theory)’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직원이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하는 주요 원인은 보상이나 커리어 기회 부족보다도 심리적 소진(burnout), 조직 내 소외감,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과 직무의 불일치에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비대면 소통 등으로 인한 소속감 약화는 이직 심리를 자극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왜 나는 여기서 일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현재 직장에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이때 뇌는 본능적으로 불쾌한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회피 충동’을 강화하며, 이직을 하나의 심리적 탈출구로 인식하게 된다. 특히 조직 내 갈등, 무시당하는 경험, 부당한 평가 등은 회복 불가능한 관계 단절 감정을 유발하며, 이는 단순한 이직이 아닌 ‘심리적 도피’로 작용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직을 단순히 커리어적 선택이 아닌, 감정적 회피의 결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성장 욕구인가? 자아실현과 커리어 이동의 심리

 반면 이직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한 성장 욕구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는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 개념과 연관된다. 매슬로우는 인간이 생리적 욕구, 안전, 소속, 존중의 욕구를 충족한 뒤에는 최상위 욕구인 ‘자아실현’을 추구한다고 보았다. 이직이 바로 이 자아실현을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높은 사람들은 현재의 안정된 직장보다, 더 큰 성장과 도전을 제공하는 환경을 택한다. 특히 ‘더 나은 커리어 경로’, ‘미래 시장의 흐름에 맞는 기술 축적’, ‘자기 계발 중심의 조직 문화’는 이직을 유도하는 긍정적 동기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도망치기 위한 이직’이 아닌 ‘향해 가는 이직’을 구분하는 관점이다.
 202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 결정성이 높은 직장인일수록 이직 이유를 “더 좋은 기회를 위해”라고 명확하게 인지하며, 실제 이직 후 직무 만족도와 성과가 높게 유지되었다. 즉, 이직은 성장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불안의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 차이는 바로 그 심리적 동기에 있다.

커리어 불안은 어떻게 이직 결정을 자극하는가

 현대 직장인들이 느끼는 가장 큰 심리적 부담 중 하나는 ‘커리어 불안’이다. 이는 단순히 직장을 잃을까 두려운 감정이 아니라, 나의 커리어가 사회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즉, 현재 직무가 미래에도 유효할 것인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를 더 발전시키는 일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이 커리어 불안을 낳는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산업군에서는 이러한 불안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2023년 미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딜로이트 설문조사에서는 67%가 “현재 직장이 향후 5년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라고 응답했다. 이런 불확실성은 ‘지금 이직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장기적 커리어 생존전략 차원에서의 이직 결정을 부추긴다.
 또한 비교심리학적으로도, SNS나 링크드인 등을 통해 주변인의 이직 소식과 승진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면,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 경로에 대한 불안을 느끼기 쉬워진다. 이 불안은 때로는 ‘합리적 이직’을 만들지만, 때로는 준비되지 않은 조급한 이직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직을 결정짓는 심리적 요인 요약표

직업 이동을 결정짓는 심리 구조

구분 탈출형 이직 성장형 이직
주요 원인 정서적 소진, 소속감 결여, 조직 내 갈등 자아실현 욕구, 커리어 비전 확대
주도성 수동적 결정 능동적 선택
이직 후 만족도 일시적 안정 후 재불만 장기적 만족 가능성 높음
대표 키워드 회피, 소외감, 번아웃 자기결정성, 미래 비전, 목표 정렬
심리 기제 감정 회피, 불안 방어 자기 효능감, 내적 동기 강화
 

 이 표는 이직의 심리 구조를 탈출형과 성장형으로 구분하여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어느 쪽도 절대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직 결정을 앞둔 이들에게 필요한 심리학적 접근

 이직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관이 반영된 결정이다. 때문에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심리학적 자기 진단을 통해 이직의 내면적 동기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나는 현재 직장에서 무엇이 불만인가?” “지금의 이직이 어떤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이는 ‘회피 동기 기반 이직’인지, ‘성장 동기 기반 이직’인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한 자기 결정성(self-determination)을 높이기 위한 심리 전략도 필요하다. 예컨대, 주기적인 목표 재설정, 경력의 내러티브를 재구성하는 ‘커리어 저널링’, 혹은 전문 커리어 상담을 통해 타인의 시각으로 내 경로를 바라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직이 성공적이기 위해선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력과 관계 형성 능력,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 등 ‘이직 이후의 태도’가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이를 간과한 채 ‘현재로부터의 탈출’만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다음 직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불만과 번아웃이 반복될 수 있다.
 결국 이직이란 변화의 시작일 뿐, 해결의 끝은 아니다. 진정한 성장은 외적 환경의 변화보다 내적 심리 구조의 전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