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돈이 되는 심리학

꾸준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시작하는 능력’: 지속 동기의 심리학

by thatswrite 2025. 6. 18.

‘꾸준함’의 오해: 지속 동기의 본질은 끊기지 않는 것이 아니다

 꾸준함은 종종 자기 관리와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조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거나 블로그를 쓰는 사람에게 우리는 경외의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컨디션은 날마다 다르고, 환경은 예측 불가능하게 바뀐다. 삶이란 본질적으로 불규칙하고 유동적인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이를 무시한 채 ‘끊김 없는 꾸준함’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오히려 스스로를 자책하기 쉽다.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도, 성취를 지속적으로 해낸 사람들은 오히려 ‘완벽한 연속성’보다 ‘재시작의 유연성’을 더 잘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지속 동기란 멈추지 않는 힘이 아니라, 멈춘 뒤 다시 시작하는 회복력이다.

 

 ‘오늘도 못 했어’, ‘이젠 끝이야’라는 자기비판은 동기를 약화시키는 대표적인 심리적 반응이다. 이는 지속가능성을 감정의 연속성으로 착각한 결과이며, 행동 그 자체보다 그에 대한 감정적 평가에 갇히는 패턴이다. 중요한 건 몇 번 쉬었느냐가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는가, 돌아왔을 때 어떻게 재정비하는 가다. 꾸준함의 본질은 완벽한 반복이 아니라, 중단이 있어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심리적 복원력에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다시 블로그를 쓰기 위해 앉은 당신의 행동이 바로 그 증거다.

자율 동기가 만들어내는 진짜 지속력: 타율보다 강한 ‘내가 원해서’의 힘

 지속 가능성과 꾸준함을 결정짓는 심리적 핵심은 ‘동기의 근원’이다. 외적 보상에 기반한 타율적 동기는 초반에는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소진되기 쉽다. 예를 들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일정 기간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동기를 쉽게 잃는다. 반면 “나는 글을 통해 나 자신을 표현하고 성장하고 싶다”, “기록이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자율적 동기를 가진 사람은 결과와 상관없이 더 오랫동안 행동을 지속한다. 이는 ‘자기 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 가지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이 세 가지가 충족될 때, 우리는 행동 그 자체에서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외부 요인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지속 동기를 유지할 수 있다.

 

 자율 동기는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하고 싶다'는 선택감에서 나온다. 블로그를 쓰는 이유가 보조 수입 및 수익화 때문만이 아니라, 내 생각을 구조화하고 정리하는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는다면, 쓰지 못한 날이 있어도 좌절감보다 ‘다시 쓰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해진다. 자율 동기는 실패 앞에서도 “나는 다시 해볼 거야”라는 감정을 자극하며, 이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키운다. 다시 말해, 지속 가능성의 열쇠는 동기의 성질에서 출발한다.

행동 유지보다 중요한 건 ‘행동 회복’이다: 재시작 심리의 작동 원리

지속 동기를 유지하려면, 우리는 멈춘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이를 ‘행동 회복 전략(action recovery strategy)’이라고 부른다. 행동 회복이란 중단이나 실패가 발생한 이후에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행동을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자기 비판을 멈추고,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일주일 동안 운동을 안 했으니 나는 의지가 약해”라고 해석하면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고, 행동 재개는 더 어려워진다. 반대로 “요즘 피로가 많았고, 이제 다시 시작할 시점이야”라고 해석하면, 실패는 하나의 ‘사이클’로 받아들여지고 회복의 가능성이 열린다.

 

 재시작을 가능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심리적 요소는 ‘관용의 틀’을 갖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것은 단순히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심리적 여지를 주는 일이다. 실천 심리학에서는 ‘90% 규칙’을 제시한다. 10번 중 9번만 해도 성공이며, 1번의 실패는 평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행동을 평가할 때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 리듬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이 중요하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행동은 반복이 아니라 회복으로 강화된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한 번도 안 쉰 사람’이 아니라, ‘쉰 뒤에도 돌아오는 사람’이다.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심리학적 환경 설계: 감정, 목표, 리듬의 재구성

 꾸준함을 뛰어넘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우리는 의지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 실천심리학에서는 ‘의지가 아닌 구조’가 변화를 이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는 우리의 정신 상태가 아니라 환경과 습관의 설계 방식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블로그를 매일 쓰겠다는 결심은 위대하지만, 글을 쓸 시간과 장소, 집중할 수 있는 루틴이 없다면 결국 실행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마찰을 최소화하고 자동화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고민이 필요한 시스템이 아니라, 고민 없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 구조가 핵심이다.

 

 환경 설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마이크로 루틴(Micro Routine)’ 설정이다. 이는 크고 완벽한 계획보다 작고 반복 가능한 행동 하나를 루틴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블로그 글 전체를 써야지”가 아니라 “서론 한 문단만 써보자”는 목표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결국 행동 전체를 유도하게 된다. 이처럼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구조는 지속 동기를 보호하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다.

 

 또한 목표 자체의 재설계도 필요하다. 목표를 성과 중심으로 설정하면 중단 시 좌절감이 커지고 자기비난으로 이어진다. 반면, 과정 중심의 목표는 그 자체로 행동에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몇 명이 글을 읽는가”보다 “나는 매주 2편의 글을 기록하는 사람이다”라는 자기 정체성 기반 목표가 훨씬 더 지속성을 유도한다. 이때 자기 결정이론에서 말하는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목표를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성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 유능감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 관계성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세 가지가 목표에 녹아 있을 때 우리는 중단해도 쉽게 복귀하고, 행동을 즐기면서 이어갈 수 있다.

 

 또 하나의 지속 전략은 ‘정서 리듬 관리’이다. 감정은 에너지이며, 감정 소진은 행동 소진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 회복의 시간도 목표에 포함시켜야 한다. ‘회복’은 게으름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기획’이다. 이는 마치 달리기에서 숨 고르기 구간이 전체 기록을 좋게 만드는 것처럼, 감정 리듬을 설계하는 것이 결국 꾸준함의 본질을 결정한다. 기분이 가라앉을 땐 강행하지 말고, 목표를 작게 낮추거나 휴식 루틴을 병행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건 "나는 왜 이걸 다시 시작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자신에게 던지는 일이다. 이는 동기 회복의 심리적 중심을 잡아주는 '내면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결국 진짜 꾸준함은, 쉼 없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쉬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나를 믿는 것에서 비롯된다.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블로그 글쓰기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품었다면, 이미 지속 동기의 핵심을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고, 감정이 있고 한계가 있다. 그래서 멈출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젠가 가장 큰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

지속 동기의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