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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시대: ‘리퀴드폴리탄’과 유동적 정체성의 심리학 리퀴드폴리탄 시대, 정체성은 왜 유동적으로 변하는가? 과거의 정체성은 비교적 단단하고 고정된 개념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국가, 지역, 학교, 가족, 조직 등으로부터 정체성을 부여받고, 그 틀 안에서 자아를 형성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기술, 경제, 정치,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정체성의 근간 자체를 흔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우리는 불확실성과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고, 고정된 정체성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적 성향이 강해졌다. 리퀴드폴리탄이란 ‘액체처럼 흐르는 정체성을 가진 세계시민’을 뜻하는 신조어로, ‘Liquid’(유동성)과 ‘Cosmopolitan’(세계시민)의 합성어다. 이 용어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 2025. 5. 23.
인공지능 시대의 자동화 편향 심리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AI의 권위 우리는 AI가 “추천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상할 만큼 그 판단을 믿는다. 자동화 편향(automation bias)은 인간이 기술의 판단, 특히 알고리즘 기반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지나치게 신뢰하거나 의존하려는 인지적 편향이다. 이는 AI의 판단이 때때로 오류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비판적 사고가 사라지게 만든다. 자동화 편향은 기술이 점점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시대에 특히 강력하게 작동한다. 예컨대 의사들이 AI 진단 시스템의 결과를 참고할 때, 스스로의 임상 경험과 대조하지 않고 기계가 내린 진단을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일이 늘어난다. “기계가 틀릴 리 없어”라는 믿음이 잠재의식적.. 2025. 5. 21.
매몰비용 오류와 소비자 방어 심리 매몰비용 오류란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비용에 집착하는 심리 매몰비용(sunk cost)이란 이미 지출되었고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관에서 재미없는 영화를 보다가도 끝까지 앉아 있게 되는 이유는 “이미 표값을 냈으니까”라는 심리 때문이다. 이때 소비자가 저지르는 대표적인 판단 오류가 바로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다. 경제학적으로는 더 이상의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손절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인간은 감정적 존재이기에 이미 투입한 시간, 돈, 노력 등 과거의 비용에 얽매여 현재와 미래의 판단까지 왜곡한다. 이 심리는 단순한 경제 계산을 넘어, 자존감과 정체성을 지키려는 심리적 메커니즘과도 관련이 깊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 2025. 5. 19.
'무료'보다 강력한 ‘무제한’: 인지 프레이밍과 선택의 심리 ‘무제한’이라는 단어는 왜 소비 심리에 더 강력하게 작용할까? “무료”라는 단어는 누구에게나 강력하다. 공짜로 무언가를 얻는다는 개념은 인간의 뇌에 즉각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마케팅 실전에서는 “무제한”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깊은 구매욕구를 자극한다는 사실이 여러 실험과 분석을 통해 확인되었다. 행동경제학과 소비자 심리학에서는 이 차이를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로 설명한다. 같은 조건이나 사실이라도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은 극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일 무료 체험’과 ‘7일간 무제한 시청’이라는 표현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서비스 제공 범위를 가질 수 있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의 방향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제한을 강조하고 후자는 자.. 2025. 5. 18.
현상 유지 편향의 심리학: 왜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요금제를 바꾸지 않을까? [현상 유지 편향이란 무엇인가?] 익숙한 선택이 ‘옳은 선택’으로 느껴지는 이유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에서 가장 강력한 인지적 함정 중 하나다. 이는 새로운 옵션이 더 유리하거나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선택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현재 상태를 바꾸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불확실성 회피가, 변화의 이점을 무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편향은 행동경제학의 대표적인 개념 중 하나로, 리처드 탈러와 카스 선스타인이 소개한 ‘넛지(nudge)’ 이론에서도 핵심 요소로 다뤄진다. 예를 들어, 휴대폰 통신요금제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데이터는 월 3GB인데, 무제한 요금제를 수년간 유지하는 사용자가 있다. 그 이유는 ‘예전에 한번 데이터 초과로 고생했기.. 2025. 5. 16.
블록체인, 비트코인, 그리고 심리학이 만나는 지점 [신뢰의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간은 왜 신뢰를 비용으로 대체하는가? 우리가 누군가를 신뢰한다고 말할 때, 실제로는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 평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신뢰란 단지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이 예측 가능하다는 기대에 기반한 심리적 계산이다. 경제학에서 신뢰는 ‘정보 불균형 하의 선택 가능성’으로 측정된다. 즉, 상대방이 나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면, 우리는 신뢰 대신 검증 수단 또는 비용을 지불한다.이 점에서 신뢰는 기본적으로 비용 구조와 얽혀 있다. 사람은 신뢰가 불확실하거나 낮은 환경에서는 계약서, 공증, 보증금, 중개 수수료 등의 별도의 보증 장치를 마련하고, 그것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인지적 보상 장치(cognitive su.. 2025. 5.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