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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심리학

왜 손해를 보고도 주식을 못 파는가?: 보유 효과와 손실회피의 심리학

by thatswrite 2025. 6. 24.

손해를 본 주식을 못 파는 우리, 비정상일까?

 주식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손해가 난 종목을 팔지 못하고 계속 쥐고 있는 것이다. 손실은 점점 커지고, 가슴은 불안해지고, 머릿속에서는 "그래도 다시 오를 거야"라는 생각이 맴돈다. 이 상황을 겪는 사람은 혼자만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수많은 투자자가 반복하는 심리적 패턴이다. 그런데 왜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이 반복될까? 경제학적으로만 보면 손해가 난 주식을 정리하고 더 나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다르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바로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와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는 심리 메커니즘이다. 특히 30대 직장인 투자자에게는 시간과 자산이 모두 소중하기에, 이 심리를 극복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떠안게 된다. 지금부터 이 두 가지 심리 현상이 어떻게 우리의 투자를 흔드는지 알아보자.

‘내 것’이라는 착각이 만드는 보유 효과의 함정

 보유 효과란,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고전적인 실험에서는 사람들에게 머그컵을 나눠주고 다른 사람과 교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는데, 자신이 받은 컵을 더 높은 가격에 팔고자 했고, 반대로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은 더 낮은 가격을 지불하려 했다. 동일한 컵임에도 불구하고, '내 것'이라는 점이 판단을 바꾸게 만든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도 이 보유 효과는 강하게 작동한다. 내가 산 주식은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닌, 내 판단과 선택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비슷한 성과의 다른 주식보다, 손실이 난 ‘내 주식’을 더 가치 있게 느끼며 쉽게 놓지 못한다. 이처럼 주식을 팔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적 이유는 단순히 "손해 보기 싫다"는 감정보다도 훨씬 깊은 인간 심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뇌: 손실 회피의 정체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인간이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르며, 손실의 심리적 무게는 이익의 2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를 들어 10만 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0만 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말이다. 주식 투자에서 손절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이 손실 회피 성향 때문이다. 손해를 확정 짓는 행위인 '매도'는 뇌에 강한 고통을 유발한다. 특히 장기 보유를 목표로 했던 종목이나, 높은 가격에 '물려서' 산 종목일수록 손실 회피 심리는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이때 사람들은 흔히 "다시 오를 수도 있으니 좀 더 기다리자"며 손절을 미루는데, 사실 이는 미래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아니라 심리적 회피 전략일 뿐이다. 결국 이런 심리는 실질적인 수익을 방해하고,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합리화와 자기기만: 감정적 투자 심리의 덫

보유 효과와 손실회피의 심리학

 

 손해를 본 주식을 계속 쥐고 있는 투자자들은 종종 합리화를 시도한다. “이 기업은 탄탄하니까 결국 회복될 거야”, “뉴스에서 전문가들도 좋다고 했으니까” 같은 생각들이 그 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말들은 진짜 정보 기반의 분석이 아니라, 자기기만(self-deception)에 가깝다. 손절을 피하고 싶은 감정이 이성적인 분석처럼 포장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심리가 쌓일수록 투자 결정을 더 왜곡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또한 ‘매수는 쉬워도 매도는 어렵다’는 말처럼, 실제로 주식을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훨씬 더 큰 심리적 부담을 동반한다. 이때 뇌는 복잡한 감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선택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미래의 불확실한 반등에 기대는 편을 택한다. 하지만 이 모든 감정적 반응은 투자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만들 뿐이며, 본인의 감정과 전략을 구분하지 못하면 오히려 ‘장기 투자’라는 이름의 현실 도피가 될 수도 있다.

보유 효과와 손실 회피를 극복하는 투자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이 심리적 오류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전 설정된 전략적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익률 -15% 이하 시 손절’과 같은 룰을 미리 정해두면, 감정의 개입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투자 일지나 디브리핑 노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손해를 본 종목을 왜 샀고, 지금까지 어떤 판단을 해왔는지를 기록하면, 자기기만의 루프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세 번째는 종목 중심이 아닌 포트폴리오 중심의 사고 전환이다. 하나의 종목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 자산을 관리하는 관점으로 전환하면, 보유 효과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식뿐 아니라 나의 ‘투자자 성향’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정적인 결정을 자주 내리는지, 보수적인지, 손실에 민감한지를 파악하면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설정할 수 있다. 결국 투자란 정보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손절은 실패가 아니라 전략이다

 30대 직장인 투자자에게 있어 주식은 단순한 자산 운용 수단을 넘어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 하지만 그 안전장치가 오히려 심리적 구속이 될 때, 우리는 손해를 감내하며 기회를 잃는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손절’을 두려워하는 마음, ‘내 것이니까’ 버리지 못하는 감정, 그리고 ‘다시 오를 거야’라는 희망은 모두 인간적이지만, 투자 세계에서는 실수가 된다. 이제는 감정과 심리를 인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때다. 보유 효과와 손실 회피를 이해하고, 나만의 투자 규칙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투자 심리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