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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심리학

장기 투자를 망치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조급함이다

by thatswrite 2025. 6. 26.

장기 투자자들은 왜 중간에 흔들릴까?

 “장기 투자만이 진리다.” 수많은 금융 전문가와 책이 강조하는 말이다. 실제로 워런 버핏, 존 보글 같은 투자 대가들도 장기 보유 전략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말해왔다. 장기 투자란, 시간이 복리처럼 이익을 축적해 주기를 기대하며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투자 전략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기 투자를 시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에 포기하거나 전략을 수정한다. 갑자기 조정장이 오면 불안해하며 매도하고, 다른 종목이 오르면 뒤늦게 갈아타기 바쁘다. 왜 우리는 '오래 보유하겠다'라고 결심해 놓고도 그렇게 쉽게 흔들릴까? 사람들은 공포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뿌리는 ‘공포’보다도 더 일상적이고 만성적인 감정인 조급함(urgency)이다. 투자자가 몇 달, 몇 년 단위로 움직이는 자산 시장에서 매일의 숫자에 반응하는 이유는 시간을 왜곡해서 인식하는 심리 메커니즘에 있다. 장기 투자에서 실패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시장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의 시계에 있는 셈이다.

시간은 길어지지 않는다, 지각이 왜곡될 뿐이다

 ‘장기 투자’라는 말은 쉽게 들리지만,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은 끊임없는 인내와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서 ‘장기’라는 시간은 절대적인 개념이지만, 우리 뇌는 시간을 주관적으로 인식한다. 이를 설명하는 심리학 개념이 바로 ‘시간 왜곡(Time Distortion)’이다. 이 개념은 우리가 실제 시간의 흐름과는 다르게 지루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시간을 더 길게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특히 투자 활동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Philip Zimbardo)는 ‘시간 관점 이론(Time Perspective Theory)’에서 사람마다 시간을 지각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미래 지향적인 사람은 장기적 보상을 기다릴 수 있는 반면, 현재 지향적인 사람은 즉각적인 결과를 더 중시한다. 장기 투자는 본질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행동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SNS나 뉴스 속 빠른 자극에 익숙해진 나머지 현재 지향적인 감각에 휩싸인다. 이로 인해 ETF를 꾸준히 보유하면서도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는 초조함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인지 부하(cognitive load)도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은 투자 자산을 매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고, 각종 뉴스나 경제 지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게 된다. 이때 뇌는 다양한 자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제 시간보다 훨씬 더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지루함(boredom)’이 장기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이라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시간 지각의 왜곡 현상에서 비롯된 과학적인 사실이다.

 

 이러한 시간왜곡은 투자자에게 두 가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는 불필요한 조기 매도다. 수익률이 정체되어 보이는 구간에서 시간은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투자자는 "이 전략이 과연 맞는가?"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둘째는 다른 투자 전략으로의 전환 충동이다. 친구가 단기 종목으로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은 뒤처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결국 장기 투자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전략을 의심하게 되고, 투자 철학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투자자의 시간 감각은 객관적 시장 흐름과 다르게 움직인다. 장기 보유 중인 자산의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투자자에게는 하루가 마치 일주일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급등하는 종목을 보면 “왜 나는 저걸 안 샀지?”라는 후회가 몰려오며 자신의 선택을 재검토하게 만든다. 이 모든 흐름이 결국 장기 투자의 기본인 ‘기다림’을 무너뜨리는 심리적 함정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단순히 시간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 인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급함은 수익률보다 감정에서 시작된다

장기 투자를 망치는 것은 공포가 아니라 조급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급함을 단순한 ‘성격적 문제’나 ‘욕심’으로 여긴다. 그러나 심리학적 관점에서 조급함은 그보다 더 복잡한 감정 체계에서 비롯된다. 조급함은 단순히 “빨리 수익을 내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지금 이 전략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는 불안감’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불안은 ‘정보의 홍수’와 ‘비교의 심리’ 속에서 더욱 증폭된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인간이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타인의 행동이나 결과와 비교하여 평가한다는 사회적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을 제시했다. 장기 투자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은 ETF나 우량주를 중심으로 느리지만 꾸준한 전략을 따르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종목으로 2주 만에 20% 수익”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 즉시 ‘나도 뭔가 행동해야 한다’는 내면의 압박감이 생긴다.

 이러한 비교는 단순한 질투심을 넘어서 투자자 스스로의 판단 능력을 의심하게 만들고, 기다리는 전략을 ‘비효율’로 여기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조급함이 발생한다. 사람은 불확실성 속에서 기다리는 것을 본능적으로 어려워한다. 특히 장기 투자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부족하기 때문에, 뇌는 “이 상태가 옳은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된다. 이때 조급함은 현 상태에 대한 불만족이 아닌, 미래 결과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작용한다.

 

조급함은 행동을 유도하는 심리다. 이는 ‘행동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이어지며, 투자 전략 변경, 종목 교체, 수익률 확인의 빈도 증가 같은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미국 뱅가드(Vanguard) 투자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년간 동일한 전략을 유지한 투자자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평균 수익률이 2.3% 높았다. 즉, 조급함은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확실한 감정적 리스크이다.

 더불어, 조급함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dopamine system)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성과나 보상을 예상할 때 도파민 분비가 일어난다. 하지만 장기 투자는 ‘즉각적인 보상’이 없기 때문에, 뇌는 지속적으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이때 단기 수익을 좇는 콘텐츠나 매매는 도파민의 빠른 분비를 유도하며 일시적인 만족을 제공한다. 그래서 장기 투자자조차도 “이 종목만 단기 수익 보고 다시 돌아가자”는 식의 전략 이탈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조급함은 단순한 마음의 조급증이 아니라, 비교, 정보 과잉, 신경전달물질 작용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된 복합적 감정이다. 장기 투자에 실패하는 원인이 ‘시장 하락’이 아닌 ‘내 감정의 불안정성’이라면, 우리는 이제 시장만이 아니라 내 심리 상태를 조절하는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조급함은 제거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인식하고 다루는 법을 배운다면 그것은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 오히려 장기 투자의 진정한 경쟁력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에 대한 통제력에서 나온다.

장기 투자자가 조급함을 이겨내는 방법

 조급함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재설정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시간 프레임 전환'이다. 예를 들어, 주식 앱에서 수익률을 매일 확인하는 대신 월 단위 혹은 분기 단위로 리포트를 받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간을 축으로 한 감정 반응'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이체로 정기매수 설정을 해두면, 중간에 불필요한 판단을 줄일 수 있다. 세 번째는 ‘성장하는 자산’이 아니라 ‘성장하는 나’에 초점을 두는 방식이다. 장기 투자를 하며 읽는 책, 작성하는 투자일지, 이해하게 된 기업 구조 등은 수익률과는 별개로 당신을 더 나은 투자자로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조급함은 나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감정’임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급함을 억누르려 하기보다, 그것을 감정으로 인식하고 의사결정과 분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장기 투자자가 실제로 장기를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심리적 체력이다.

투자는 시간이 아니라 ‘지각’과의 싸움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포 때문에 장기 투자를 실패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보다 더 지독하고 지속적인 감정인 조급함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장기 투자란 단순히 오래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느리게 움직이는 시장과 빠르게 반응하고 싶은 심리 사이의 긴장을 견디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지만, 그 시간을 느끼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 투자 성패는 수익률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감정 없이 견디는가’에 달려 있다. 조급함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법을 안다면, 장기 투자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흔들림 없는 투자야말로 진짜 복리의 기초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