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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되는 심리학

불황일수록 왜 고위험 투자가 늘어날까?: 생존 본능과 확률 왜곡의 심리학

by thatswrite 2025. 6. 26.

불황기에 투자자들이 더 위험을 감수하는 역설

 보통 불황이 오면 사람들은 더 조심스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소비를 줄이고, 지출을 억제하고, 현금을 보유하며 방어적인 태세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존 전략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투자 시장을 들여다보면 역설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실물 경기가 위축되는 시기일수록 오히려 고위험 투자(High-risk investment)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비트코인이나 레버리지 ETF, 고수익을 약속하는 부동산 개발 투자, 심지어 소셜 카지노 코인, 일확천금을 노리는 종목 테마 등으로 자산을 몰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는 단순히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생존 심리(Survival Psychology) 또는 위기 상황에서의 확률 왜곡 인식(Probability Distortion under Stress)과 연결해 설명한다.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사람의 사고 체계가 ‘냉정한 분석’에서 ‘급한 해결책’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즉, 평소에는 70% 확률의 안정적 선택을 고르던 사람이, 생존 압박이 강해지면 5% 확률의 큰 보상에 더 매력을 느낀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뇌의 생존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감정이 합리적 사고를 압도하는 것이다.

도박 본능과 비슷한 패턴: 확률 왜곡의 심리학

불황일때 고위험투자의 이유 생존본능과 확률왜곡 심리

 

 심리학자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사람들이 확률을 왜곡해서 인식한다는 이론을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서 설명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손실 상황에 처했을 때, 동일한 조건이라도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기운다. 특히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이 강해지면서 낮은 확률로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를 선호하게 된다. 이는 도박 중독자들이 “이번엔 될지도 몰라”라며 낮은 확률에 집착하는 심리와 구조적으로 같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불황기에 복권 판매량이 증가하고, 카지노 수익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사람들은 경제가 불안할수록 소액으로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구조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금융 투자도 마찬가지다. ‘빚투(빚내서 투자)’나 ‘몰빵 투자’가 증가하는 시점은 대개 경기 침체기거나 경제적 불안이 확산된 시기와 일치한다. 이때 투자자들은 위험을 회피하기보다는, 확률을 왜곡한 채 ‘희망’을 구매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확률 왜곡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라 감정 시스템의 우위에서 비롯된다. 뇌의 전전두엽이 논리적 판단을 담당하는 반면, 편도체(amygdala)는 위험에 대한 본능적 반응을 조절한다. 불황기에는 이 편도체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뇌는 ‘살아남기 위한 어떤 가능성이라도 붙잡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낮은 확률의 고수익 투자에 매달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높은 리스크를 감당하게 된다.

적용 사례: 위기의 시대, 고위험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

 2023년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 흐름은 많은 중산층과 젊은 세대에게 압박을 주었다.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부동산 시장 침체, 그리고 구조조정이라는 키워드는 사람들의 경제적 불안을 자극했다. 이 시기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바로 소액 고위험 투자 증가다. 대표적으로 MZ세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레버리지 ETF, 미국 고성장주에 몰리기 시작했고, 투자금액은 적지만 기대 수익률이 매우 큰 구조로 쏠림 현상을 보였다.

 

 한 30대 직장인 투자자 김 모씨는 “노력해서 모은 돈으로는 자산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한때 코인 투자에 전 재산을 몰아넣었다가 손실을 보고 다시 주식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한 ETF 대신, 테슬라, 엔비디아, 전기차 배터리 같은 ‘꿈이 있는 종목’ 위주로 투자하며 “기다릴 여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표현은 바로 ‘기다릴 여유’다. 이 말은 단순히 조급함이 아니라, 현재 상태가 위기이며, 빨리 생존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에서 비롯된다.

 

 심지어 고위험 투자 플랫폼(소셜 트레이딩, 가상자산 선물 거래 등)에서는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광고 문구가 유행하며, 투자자들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사용된다. 결국, 불황기 고위험 투자는 단순히 ‘무모함’이 아니라, 불안정한 경제 조건에서 심리적으로 ‘지금이 아니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에 의해 유도된 감정적 방어 기제라고 할 수 있다.

불황기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 심리적 전략

 그렇다면 이런 심리적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확률 감각’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단기 고수익의 확률이 실제로 얼마나 낮은지, 장기 안정 수익의 구조가 얼마나 유리한지를 수치로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컨대 “1년 안에 100% 수익을 낸 사람은 전체 투자자의 5% 미만”이라는 팩트는 감정적으로는 충격이지만, 투자 전략을 이성적으로 조율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생존 불안’을 감정이 아닌 계획으로 다루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나는 지금 위기다’라는 감정만 반복하면 불안은 커지고, 판단은 왜곡된다. 반면 위기에도 작게나마 예측 가능한 계획을 세우고, 정기 투자, 분산 포트폴리오, 투자 복기 노트를 실천하면 통제감을 회복할 수 있다. 뇌는 통제 가능하다고 느끼는 순간, 위험 감수를 줄이고 더 안정적인 선택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세 번째는 자신의 투자 성향과 감정 패턴을 기록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사람은 실수를 반복한다. 특히 감정적 의사결정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고위험 투자를 선택하는지, 불안할 때 어떤 검색어를 치는지, SNS에서 어떤 투자 콘텐츠에 끌리는지를 메모해두면 무의식적 패턴을 자각할 수 있고, 이는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불확실한 시대에 투자자는 심리와 싸워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투자는 단순한 재무 전략이 아니라 심리 전략이다. 고위험 투자를 하는 사람을 ‘무모하다’고 평가하기 전에, 그 사람이 느끼는 생존 압박과 확률 왜곡 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시대의 투자자는 단지 수익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본능, 인식의 틀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에서 가장 먼저 세워야 할 전략은 정보보다도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다. 내 감정이 흔들릴 때, 어떤 확률을 믿고 있는지,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라. 그것이 진짜 불황기 투자자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