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돈이 되는 심리학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의 심리학

by thatswrite 2025. 6. 5.

외적 동기의 달콤한 함정

“잘했어!”, “정말 똑똑하네”, “너무 멋져!”
 우리는 일상 속에서 쉽게 칭찬을 주고받는다. 특히 아동을 교육할 때, 팀원을 독려할 때, 연인 사이에서 격려를 전할 때 우리는 이 말을 아낌없이 사용한다. 그러나 심리학은 이 ‘달콤한 말 한마디’가 의외로 독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꾸준히 경고해왔다. 이때 중심에 있는 개념이 바로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다.

 

 외적 동기란 보상, 인정, 칭찬, 명예, 돈처럼 외부 자극에 의해 행동을 유도하는 심리 구조를 말한다. 반면 내적 동기는 스스로의 호기심, 즐거움, 성장 욕구에서 비롯된 동기다. 문제는 외적 동기가 강화되면 내적 동기는 약화된다는 데 있다. 이는 수많은 연구로 증명된 현상으로, 이를 ‘과잉 보상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실험은 데시(Edward Deci)와 라이언(Richard Ryan)이 제안한 자기 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 등장한다. 이들은 과도한 외적 보상이 오히려 행동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율성과 통제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내가 무언가를 스스로 원해서 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외부의 보상이나 칭찬 때문에 행동하게 될 경우 사라지게 된다. 칭찬이 반복될수록, 사람은 행동의 이유를 내면에서 찾기보다 외부에서 찾게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글을 썼을 때 “정말 잘했어, 너무 기특해”라고 말하면, 처음에는 성취감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아이는 글쓰기 자체보다 칭찬받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때 동기의 무게 중심은 외부로 옮겨지며, 내적 동기의 고유한 자율성과 창의성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칭찬은 처음에는 자존감을 높이고 행동을 강화하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행동의 이유를 외부에 맡겨버리는 ‘심리적 위탁’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던 내적 동기는 점점 마비되고, “칭찬을 받기 위해서”, “보상을 얻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반응적 인간이 만들어진다.

 또한 외적 동기에 의존하는 행동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동반하게 된다. 칭찬을 받던 사람이 어느 날 그 칭찬을 받지 못하면, 이는 무시나 실망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래서 외적 보상에 중독된 사람은 꾸준히 인정받아야만 동기가 유지되고, 결국엔 ‘인정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고착된다. 이는 직장에서의 번아웃, 관계에서의 감정 소비, 자녀 교육의 피로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동기 부여를 위해’ 사용하는 칭찬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의식적인 외적 동기의 강화는 인간의 내면을 통제하려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자율성과 자존감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에서 칭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적 동기의 힘과 무너짐: 보상이 동기를 약화시키는 이유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의 심리학

 

 사람은 누구나 내면에서 우러나는 동기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해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며 몰입하거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악기를 연습하고 싶어지는 마음. 이것이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의 본질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이러한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설명했다. 이 몰입의 경험은 외적 보상 없이도 지속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내면의 연료다. 하지만 이 강력한 에너지는 외적 보상 체계가 개입하는 순간 무너질 수 있다.

 

 대표적인 실험 사례는 레퍼와 그린(Lepper & Greene)의 1973년 실험이다. 이들은 유치원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마커 펜으로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절반에게는 “상을 줄 테니 그려봐”라고 말했고, 나머지 절반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자유시간 동안 이 아이들에게 마커 펜을 줄 경우 어떤 집단이 자발적으로 더 그림을 그릴 지를 관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보상’을 받았던 아이들이 오히려 마커 펜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동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아무런 외적 보상이 없었던 아이들은 여전히 즐겁게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결과는 왜 내적 동기가 외적 보상에 의해 쉽게 약화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본래 좋아서 하던 행동이 외적 보상으로 대체되면, 사람은 그 행동의 의미를 '즐거움'이 아닌 '보상 획득'으로 해석하게 된다. 즉, 뇌는 ‘나는 이걸 좋아해서 한 것’이 아니라, ‘칭찬받거나 상을 받기 위해 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이때 내적 동기는 정서적 몰입의 영역에서 밀려나고, 외부 통제의 영향 아래 놓인다.

이러한 심리는 기업 리더십, 교육 현장, 연인 관계 등 다양한 곳에서 관찰된다.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고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을 때, 상사가 과도한 보너스를 주며 이를 보상한다면, 그 직원은 다음부터는 ‘보너스가 있을 때만’ 적극성을 보일 수 있다. 결국 상사는 좋은 의도로 ‘감사’를 표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직원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연인 간의 행동 강화에서 나타난다. 연인이 작은 배려를 할 때마다 즉각적인 칭찬과 보상을 받게 되면, 그 행동이 자연스러운 애정 표현이 아닌 보상을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 상대방은 ‘사랑받기 위해 배려한다’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고, 애정 표현의 진정성은 점점 약해진다. 결국 상대는 “요즘은 왜 예전처럼 챙겨주지 않아?”라고 묻고, 당사자는 “예전처럼 고마워하지 않으니까”라고 대답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성취도 향상을 위해 학교에서는 스티커 보상, 칭찬장, 상품 지급 등 다양한 동기 강화 시스템을 도입한다. 하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학생들은 학습 자체의 즐거움보다는 보상을 중심으로 행동을 조절하는 수동적 태도를 가지게 된다. 즉, ‘공부를 하면 배지를 받는다’는 연결고리만 남고, ‘공부를 통해 새롭게 깨닫는 즐거움’은 점차 희미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자기 결정성(Self-determination)을 약화시키며, 사람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유능한 존재’에서 ‘외부 조건에 따라 반응하는 피동적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심리학자 데시와 라이언은 인간의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 유지될 때 내적 동기가 건강하게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도한 외적 보상은 이 세 가지를 약화시켜, 인간의 행동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로 바꿔버린다.

 

 결국 내적 동기의 힘은 ‘보상이 없더라도 계속되는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스스로가 느끼는 가치와 목적, 성장과 연결된 행동은 장기적으로도 지속 가능하다. 반면 보상 중심의 행동은 환경에 따라 쉽게 흔들리고, 결과에 따라 행동이 단절된다. 즉, 외적 보상은 동기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는 있어도, 장기적 행동 유지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닌다.

 이처럼 보상은 행동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도구이자 동시에, 내면의 열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기 설계에 있어서는 보상의 수위, 타이밍, 의미 부여 방식까지 모두 정교하게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칭찬과 보상 이상의 진정성 있는 피드백과 내적 동기를 지지하는 환경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심리학의 일관된 메시지다.

 

아동 교육과 칭찬: 자존감을 키울 것인가, 통제할 것인가?

 아이에게 칭찬을 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일까?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행동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고,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오래된 교육 상식이다. 그러나 심리학은 이 단순한 상식을 재고하게 만든다. 지나친 칭찬은 아이의 내적 동기를 약화시키고, 자기효능감이 아닌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는 외부 지향적 자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특히 '칭찬의 방식'과 '칭찬의 타이밍'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의 연구는 이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드웩은 아이들에게 지능을 칭찬받는 그룹과 노력하는 태도를 칭찬받는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지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다음 시험에서 더 쉬운 문제를 선택하고, 실패 시 좌절감이 컸다. 반면,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도전적인 과제를 선택하고, 실패를 학습 기회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였다. 이 실험은 우리가 흔히 “넌 참 똑똑하구나”라고 하는 칭찬이 아이에게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심어줄 수 있으며, 반대로 “정말 열심히 했구나”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형성하는 데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칭찬이 내포하는 의미는 단순한 말보다 훨씬 강력하다. '칭찬'이 겉으로는 긍정적인 피드백 같지만, 그 안에는 “이 행동을 하니까 내가 널 좋아한다”는 조건부 메시지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칭찬은 아이가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행동하도록 만드는 조건형 강화의 역할을 하게 되고, 이는 결국 자기 주도적인 행동이 아니라 타인에 의존한 자기 평가 시스템을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쉽게 말해, 아이는 스스로의 기쁨이나 흥미보다 부모나 교사의 반응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칭찬은 아이의 실수나 실패에 대한 대처 능력을 약화시킨다. 항상 칭찬만 받던 아이가 어느 날 비판을 접했을 때, 그것이 곧 자아 전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이는 “나는 잘못된 행동을 했어”가 아니라 “나는 부족한 아이야”라고 느끼게 되며,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대신 수치심과 회피 행동이 강화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기비판적 성향이나 불안 장애, 회피성 성격과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칭찬이 무조건 해롭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심리학은 어떻게 칭찬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첫째, 칭찬은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험 잘 봤구나”보다는 “공부할 때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와 같은 문장이 훨씬 더 내적 동기를 자극한다. 둘째, 칭찬은 행위 그 자체가 아닌 의미 있는 노력이나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항상 친절하구나”보다는 “친구가 힘들 때 도와준 건 정말 따뜻한 행동이었어”라고 구체적으로 피드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칭찬의 빈도와 타이밍도 중요하다. 너무 자주, 반복적으로 하는 칭찬은 신뢰성을 잃고, 오히려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아이는 '모든 행동이 칭찬을 받을 가치가 있는 건가?' 혹은 '칭찬을 받기 위해 일부러 이 행동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순수한 동기의 변질을 유도한다. 또, 이미 아이가 충분히 몰입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굳이 개입하여 칭찬하는 것은 외적 통제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사람은 자신이 하는 행동의 이유를 학습한다.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나는 왜 착하게 굴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칭찬을 받기 위해서”가 된다면, 그 사람은 환경에 따라 흔들리는 동기 구조를 갖게 된다. 반대로, “내가 성장하고 있어서”, “이게 나에게 의미가 있어서”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칭찬은 자기 주도적 삶을 살게 만드는 중요한 심리적 자산이 된다.

 아이들이 자기 주도성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지 칭찬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칭찬의 질과 방향성을 조정해야 한다. 타인의 인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기준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단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의 질 전체를 좌우하는 중요한 심리학적 기반이 된다.

 결국, 칭찬은 칼처럼 사용할 수 있다. 올바른 방식으로 쓰면 동기를 북돋고 성장을 도와주는 도구가 되지만, 무분별하거나 과도한 칭찬은 내면의 힘을 약화시키고, 타인의 인정 없이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는 자아를 만들게 된다. 아동 교육에서의 칭찬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동기의 뿌리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져야 한다. 심리학은 그 물음에 대해 점점 더 섬세하고, 구조적인 답을 제공하고 있다.

리더십과 팀관리에서의 칭찬: 동기 부여인가, 감시의 수단인가?

 직장 내에서의 칭찬은 리더십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여겨진다. 관리자가 부하직원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은 동기를 부여하고, 팀의 사기를 높이며,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 심리학은 이러한 칭찬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특히 칭찬이 진정한 동기 부여 수단이 아니라 통제의 도구로 기능할 때, 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오히려 위축된다. 즉, 칭찬은 조직 내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으며, 사용 방식과 맥락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조직 내 칭찬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먼저 칭찬의 ‘진정성’이 선결되어야 한다. 상사가 팀원에게 “이번 프로젝트 정말 잘했어, 아주 유능해!”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이 단순히 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형식적 멘트’인지, 아니면 구체적 행동을 바탕으로 한 진심 어린 피드백인지 구성원은 단박에 알아챈다. 사람은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단서(눈빛, 표정, 말투 등)를 통해 메시지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진정성 없는 칭찬은 오히려 구성원에게 “지금 감시당하고 있다”, “기대치를 조정하려는 술수일지도 모른다”는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리더가 사용하는 칭찬의 내용이 성과 중심인지, 태도 중심인지에 따라도 조직의 역동성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실적이 가장 좋아!”라는 성과 중심 칭찬은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동기를 유발할 수 있지만, 팀원 간 비교를 통한 긴장감과 불안을 조성할 수도 있다. 반면 “요즘 고객 피드백을 아주 꼼꼼히 챙기는 모습이 좋아”라는 태도 중심 칭찬은 지속적인 행동 강화를 유도하고, 협업과 신뢰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내적 동기를 중요시하는 MZ세대 직원들에게는 태도 중심의 피드백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칭찬이 자칫 관리자 중심의 보상 프레임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잘했는지 인정받기 위해서 상사의 눈치를 살핀다”는 구조는 결국 통제 중심의 조직 문화를 강화하게 된다. 이는 자율성과 책임감을 저해하며, 구성원들이 스스로 동기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도적 행동을 위축시킨다. 실제로 이러한 조직 문화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과도한 감정 노동을 경험하거나, 성과를 위한 연기(인프레즌트십)를 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이직률 증가와 조직 몰입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Ryan)의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설명해 준다. 이 이론은 인간이 동기를 가지는 데 있어 ‘자율성(autonomy)’, ‘유능성(competence)’, ‘관계성(relatedness)’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심리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본다. 칭찬이 자율성을 해치고 외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경우, 오히려 동기의 질이 저하되고, 업무 몰입도가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이 일을 하면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방식으로 동기를 유도할 경우, 구성원은 자율적인 업무 수행이 아니라 보상 중심의 피상적인 동기 구조에 갇히게 된다.

 

 조직에서는 이러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 칭찬을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구체성과 맥락성이 있는 칭찬이 필요하다. “항상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가 아니라 “이번 기획안에서 고객 니즈를 정확히 반영한 점이 돋보였어”처럼, 구성원이 ‘어떤 행동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칭찬의 빈도와 대상에 있어 형평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특정 인물만 반복적으로 칭찬받거나, 아무런 기준 없이 매번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칭찬만 이어진다면, 조직 구성원 간 신뢰가 깨지고, 조직 정의감(organizational justice)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칭찬은 업무 평가의 도구가 아닌, 성장의 피드백으로 작동해야 한다. 칭찬은 과거의 성공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안내하는 코칭의 도구로 사용되어야 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든다. 리더는 칭찬을 통해 구성원들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발표도 좋았지만, 다음에는 여기에 이런 요소를 더하면 훨씬 더 강력해질 것 같아”처럼, 미래 지향적인 피드백을 포함한 칭찬은 구성원에게 동기와 함께 발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리더십 하에 이뤄지는 칭찬은 단순한 호의나 분위기 조성용 수단이 아니라, 조직의 동기를 설계하고 성장 문화를 구축하는 핵심 심리 전략이 되어야 한다. 칭찬은 도구다. 잘 사용하면 최고의 성과를 이끌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조직 신뢰를 무너뜨리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바로 이 칭찬의 칼날을 예리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다루는 기술에서 시작된다.

 

연애와 인간관계에서의 칭찬: 사랑의 언어인가, 심리적 지뢰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쁘다”, “멋있다”, “너라서 좋아”라는 칭찬은 연애 관계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고,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수단처럼 여겨진다.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Gary Chapman)이 제시한 ‘5가지 사랑의 언어(Love Languages)’ 중 하나도 ‘칭찬과 긍정의 말(Words of Affirmation)’일 정도로, 칭찬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핵심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랑의 언어’도 때로는 불균형과 왜곡된 기대를 유발할 수 있는 심리적 지뢰가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칭찬은 감정의 연결 고리이자 심리적 권력의 도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연인 간 칭찬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상대의 존재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이다. “넌 항상 나를 편하게 해줘”처럼 구체적인 감정 기반의 칭찬은, 단순히 외모나 성과를 언급하는 칭찬보다 훨씬 더 깊은 신뢰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너는 예뻐서 사랑받는 거야”, “넌 일 잘하니까 멋져” 같은 조건부 칭찬은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특정 역할이나 이미지 유지에 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는 칭찬이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기대의 프레임이 되어버리는 지점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를 유발하게 된다.

 더 나아가, 칭찬이 관계 안에서 비대칭적 권력 구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연애 관계에서 한쪽이 유독 ‘칭찬하는 사람’이고, 다른 쪽이 ‘칭찬받는 사람’이라면 겉보기에는 훈훈한 관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인정과 승인에 의존하게 되는 비자율적 관계가 형성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네가 나처럼 멋진 사람을 만나 다행이야”라는 말은 겉으로는 칭찬 같지만, 실제로는 우월적 위치를 전제한 발언일 수 있다. 이런 칭찬은 상대방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의 심리적 자율성을 침해하고, 관계 내 종속감을 강화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칭찬을 감정적 조율이나 갈등 회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문제를 일으킨다. “아까 네가 화낸 거 귀여웠어”처럼, 갈등 상황을 유머나 칭찬으로 넘기려는 태도는 일시적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지만, 결국은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런 방식은 표면적으로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지만, 관계의 본질적 문제를 덮고 넘어가는 데 그치며, 장기적으로 감정적 거리감이나 불신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심리 현상은, 지속적으로 칭찬받는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칭찬 중독(praise addiction)’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게 되는 심리 구조를 설명한다. 특히 연애 관계에서 “나 예쁘다고 해줘”, “오늘 나 어때?”라는 확인 행동이 반복될 경우, 그 이면에는 자기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인의 칭찬이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의 감정 상태를 좌우하는 외부 자극이 되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칭찬은 일종의 감정 강화제처럼 작용하게 되며, 과하면 중독처럼 의존적 구조를 낳게 된다.

 

 물론, 인간관계에서 칭찬이 반드시 독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관계일수록, 칭찬은 가장 따뜻한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관건은 그 칭찬이 어디서 출발하는가이다. 상대방을 통제하거나 평가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칭찬은 내적 동기를 북돋고, 진정한 자율성과 친밀감을 형성하게 된다. “네가 나와 함께 있어서 기뻐”라는 말처럼, 조건 없는 수용과 감정 공유의 언어는 단순한 칭찬 그 이상으로, 관계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든다.

 

 결국 연애나 인간관계에서의 칭찬도 ‘사용법’이 존재하는 감정의 언어다. 상대방의 자율성과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칭찬은 사랑이 아닌 부담이 되고, 칭찬을 통해 기대를 유도하거나 관계의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는 결국 진정한 연결감을 해칠 수 있다. 칭찬은 잘 다루면 사랑이 되고, 못 다루면 지뢰가 된다. 관계 속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상대의 감정 회로에 공감하려는 태도가 함께 한다면, 칭찬은 언제나 진심이 전해지는 사랑의 언어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